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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회고]책상을 정리한 뒤

ahndy84 2022. 5. 7. 00:05

얼마 전 앞서 퇴사하는 타 부서 동료와 작별인사 겸 커피 한잔을 했습니다. 물어보길 그동안 제가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해오고 있는지 궁금했다는 겁니다.

회사에 꽤 오래 계신걸로 아는데 그동안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가 궁금했어요.


여러 동료들과 오가며 으레 주고 받는 인사치례 정도로 여겨왔지만 그때만큼은 조금 다르게 와닿았습니다.

나 정말 그동안 이곳에서 무엇을 해왔지?


분주했던 시간들로 기억됩니다. 다양한 개발 일감들을 마주해오며 그 업무 안에 제가 녹아들어 간 기억은 있지만 그간에 제가 해 온 경험들을 온전한 제 이야기로 담아내진 못해왔던 것 같습니다. 퇴사를 앞두고 이곳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차근히 회고해보고 싶었습니다. 넷플릭스사의 퇴사관문으로 알려진 퇴사부검 형식을 빌려 자유롭게 풀어 보고자 합니다

왜 퇴사를 합니까.


기술부채라 하는 후불청구서

스타트업에 흔히 비유되는 로켓으로 본다면 이제 막 발사되기 일보 직전에 올라타게 되었습니다. 입사직후 대대적인 사업 확장과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은 IPO 궤도 진입을 앞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을 이루어냈으니깐요.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해 갈수록 기술부채는 쌓여가고 소위 '레거시'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 중 대표적인 레거시로 분류되는 우리의 백오피스는 사업 초기에 구축된 모놀리틱한 덩어리로 차량자원, 계정, 결제 등 각 도메인에 맞게 서비스 단위로 세련되게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어왔고 곧 그 숙원과제를 속히 착수해 가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기술 범주에서 뿐만 아니라 이런 과도기에는 사내 문화와 조직, 업무 프로세스 등 전사 전반에 걸친 많은 것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거나 합쳐지고 없어지거나 생겨나는 등 대대적인 개편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현행 레거시를 유지보수하는 개발리소스와 신규 아키텍쳐 개발리소스가 공존하는 체제에선 누군가는 백지 위에 구조를 설계하고 서비스를 마이그레이션 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반면 누군가는 현재 유지되어오고 있는 것들을 안정적으로 운용해가며 현업에서 요구되는 비즈니스에 대해 기술적으로 대응하는 부채성 일감을 수행하게 됩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레거시로 대변되는 백오피스 유지보수 업무영역 안에서 그렇게 제 역량을 발휘해 갔습니다. 대개 레거시로 불리우는 것들은 긴 세월을 거쳐오며 다양하게 정의된 컴포넌트들 간 끈끈하게 결합된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합체(?)된 기반 위에 진행되는 서비스 구현은 그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꽤나 익숙하고 편리합니다. 주로 현업에 필요한 비즈니스 포인트를 시스템에 피쳐 단위로 녹여내는 구현 업무들이다 보니 업무에서 마주하는 기술적 챌린지가 상대적으로 적고 반복적인 서비스 구현 업무 과정에서 오는 약간에 루즈함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는 다른 어떠한 업무들보다 최우선일 수밖엔 없습니다. 당장에 우리 비즈니스 생산성과 직결되는 이슈이니깐요. 기술적인 임팩트와는 별개로 누군가는 강한 책임감과 동기부여를 가지고 이러한 운영 이슈 개발업무들을 묵직하게 이끌어 나아가야 했습니다.

조금 지루했긴 해도 그 세월 또한 저에겐 꽤나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당시에 속한 팀 동료들과 리더가 훌륭했고 조직 자체가 건강했기 때문이죠. 단순한 기능 구현일지라도 코드 본연의 품질을 향상시키고자 더 많은 품을 들이고 리뷰 과정에서 팀원들 간 심도 깊게 오가는 피드백은 그 업무범위 안에서 가져갈 수 있는 그 나름에 성장 모멘텀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도시 속 풍경을 감사하더라도 '무엇을 바라보느냐'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로 관점을 전환해보면 더 질감 있는 묘사나 표현이 가능하 듯 매번 반복적인 서비스를 만들어가면서도 고민해볼 수 있는 포인트는 찾으면 찾을수록 얼마든지 계속 나올 테니까요.

Round-one.

작년 하반기에 테크조직이 각각의 도메인을 기반으로 파트가 세부적으로 나누어지면서 그동안 백오피스 개발업무를 매듭짓고 특정 도메인 파트 영역으로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이제와 고백컨대 레거시 안에 잔존해있는 부채성 일감의 굴레로부터 벗어난다는 해방감과 그동안 실무적으로 닿아보지 못한 크리티컬한 도메인을 참여해 볼 수 있겠다는 설렘도 있었죠.

아쉽게도 그런 기대감이 길게 가진 못했습니다. 직전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해서 그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꾸준히 해오던 업무 경험들이 결국 '담당자'라는 의존성이 생기고 그것이 당장에 클리어해야 할 체크리스트순위에 따라 점차 제 역할도 딱딱히 굳어져가는 것에 대해 지치고 피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스스로 주도해 나갈 업무적 기회를 창출해내지 못한 저의 둔감함도 있었을지 모르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테크조직에서 저에게 거는 역할과 제가 테크조직으로부터 기대하는 역할에서 오는 괴리의 차이는 피차 냉정할지라도 더러의 이유와 여건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운드 원 파이트!
어류겐~!
재 뭐야. 왜 자꾸 라운드 원 이지?

더 이상 제가 기대할 수 있는 성장의 형태를 품지 못한다면 제 역량과 역할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고 새로운 길을 터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일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면서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길을 선택해도 언젠가는 객관적인 평가와 만날 수밖에 없는 그것이 두렵거나 싫다고 한다면. 굳이 나약한 자존심을 다치면서까지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는 않다면. 그건 정말 애초에 답이 없는 채로 계속 자기 자신을 방관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이쯤 되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가 어제보다 조금 더 희미하게나마 보이게 된 것 같았습니다.

가자. 갈 길이 멀다.

 

무엇을 배웠나요?


더뎌도 옳게가는 습관

이곳이 두 번째 직장입니다. 첫 직장에선 주로 정부부처 시스템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해오다 보니 연구원, 공무원 혹은 주무관의 직책의 분들과 주로 소통해 왔습니다. 소통이랄 게 달리 있는 건 아니었던 게 그 고객분들에게 주로 드리던 대답은 결국 긍정의 의미로 마무리 짓는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이런 기능을 만들고 싶어요.
네 알겠습니다.
조금 급한데 o일까지 가능하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사용해보니 이러한 점이 불편하네요. 미안하지만 요렇게 되도록 바꿔 주실 수 있나요?
네 알겠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고객분들이 가장 흡족해할 만한 대답이라 생각하여 꼭 그리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질문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 흐름에 맞춰 함께 고민해보며 더 나은 대안을 제안했더라면 제아무리 하루가 바쁜 고객일지라도

마 됐고마


라고 마다할 수 있을까요? 그때의 저는 그런 소통의 노력을 일절 들일 의지도 없이 최대한 회피할 수 있다면 회피하고 그저 관성에 의해 물 흐르듯 일하는 하수 개발자였습니다. 이러한 습관이 몸소 배어진 상태에서 이곳에서의 업무를 온전히 수행해가는 여정이 때론 녹록지 않는 벽으로 실감될 때도 있었습니다.

우리 조직의 동료, 각자가 맡은 프로덕트를 주도하는 능력은 여느 회사의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 저변에 있는 수요와 문제를 스스로 찾으려 노력하고 그 맞닿은 지점에서 언제든지 제안하고 자유롭게 스토밍 합니다. 항상 왜(Why? or Why not?)이라는 전제로 기획하고 구현되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프로토타입으로 론칭되어 지금까지 고도화를 이룬 획기적인 인터널 서비스 자산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오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러 현업부서에서 인입된 개발 일감을 수행하며 요청 담당자와 소통의 빈도를 의식적으로 늘려갔습니다. 당초 기획된 제안에서 제가 내놓은 제안이 수렴되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기획안에 대해 현업에서 그렇게 그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수렴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일감의 스케일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 마냥 불어났던 경우도 있었지만 그땐 상호간 협의한 정책과 기준을 두고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누어 업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편하게 일하는 법'에서 '옳게 일하는 법'을 그렇게 보고 경험해오며 조금씩 터득해 갔습니다.

좋은 시니어

아직 갈 길이 먼 인생을 살아오면서 참 감사한 것 중에 하나는 직장생활에 있어 타고난 상사운입니다. 주변에선 지독한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퇴사를 감행하는 경우도 들어오다 보니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 한 번쯤 거쳐갈 수밖에 없는 엣지케이스라 여겨왔지만 저는 이제껏 연을 맺은 직속 상사분들은 마치 한 더미 마음의 빛을 떠 넘긴 채 떠나거나 혹은 떠나보내게 된 분들로 기억되니깐요. 지금까지 봐 온 그런 상사들의 모습들을 기준으로 좋은 시니어에 대해 그려보게 됩니다.

기술적 숙련도가 기본적으로 탄탄히 갖추어져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득도된 사람들로 그 부류에 옹립시킬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결국 그 조직의 동료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유기적으로 이루어 가도록 각각에 역할을 매니징하고 개인의 성장에도 정체되지 않도록 그때마다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어야 하겠죠. 제가 이곳에서 만난 리더도 그런 리더였습니다. 기술적으로 도전해볼 법하거나 비교적 긴 호흡을 가지고 설계부터 이루어가야 하는 신규구축 프로젝트에는 각 팀원마다 고르게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가도록 일감을 분배하고 자신은 그 뒤에 소위 부채성 일감을 떠 앉으며 언제든 팀원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나서 서포트하죠. 말은 쉽지만 실제론 엄청난 콘텍스트 스위칭을 감당해가야 합니다. 그것을 온전히 소화하고 동료의 도움을 요청한 지점에 신속히 다가가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능력(혹은 인성?)은 단순히 근속연수 혹은 기술적 숙련도만으로 결코 '시니어'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팀원의 성장에 기꺼이 자신을 양보하면서 팀원이 마주하는 기술적 챌린지엔 언제든 함께 올라타 해결방안을 제시해 내는 능력. 이 경지는 어디쯤 가야 가야 이를 수 있을까요? 그런 시니어 분들을 볼 때마다 연차로는 이미 시니어에 위치해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질 때가 많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간 이곳에서 크고 작은 TF성격의 프로젝트 개발 리딩을 해오면서 그러한 시니어분들의 모습을 닳아가려 애써볼 기회를 꾸준히 얻어갈 순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노력이 미약하게나마 발현되어 당시 론칭된 프로젝트들이 지금도 현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어오고 있다는 점은 그때에 귀감이 된 시니어와 함께한 동료들에게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레거시 시스템을 유지 관리해오면서 더러는 혀를 찰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코드에서 터진 장애 지점을 파악하면서 그 원인이 제 코드가 의존하고 있는 과거의 공통모듈이었다면 그때에 그 코드를 작성한 컨트리뷰터를 확인하고 애꿎게도 그 분(이미 퇴사하여 지금 당장 이 자리에 안 계신 분)에게 우회적으로 공을 돌려봅니다.

거 참. 이 분은 왜 코드를 이렇게 짜셨지!?


이러한 졸렬함으로 제가 작성한 코드에서 터진 장애 원인을 조금이나마 면피해 볼 심산이었더라면 얼마 못가 구차함의 몫으로 고스란히 저에게 돌아오고야 맙니다.

이윽고 몇 년이 지나 신입 개발자들 사이에서 어디선가 그때에 동일한 뉘앙스의 불평이 제 귓가에 들려오게 되면 행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철렁해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분들께서 가리키고 있는 용의선 상의 그것이 왠지 제(가 과거에 작성한 코드) 것이 맞겠다는 확증이 밀려올 땐 그 민망함을 무릅쓰기 위해 마치 엄청난 집중력으로 코딩에 빠져든 사람마냥 그저 제 모니터만 하염없이 쳐다보곤 했습니다.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이렇게 구현하게 돼서 미안했따ㅠ 말하기에도 궁색하고 변명을 하기에도 구차해집니다. 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기도 했고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다른 것도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 온 이후 과거의 유산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함부로' 평가하진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비판하지 않습니다. (물론 요청을 받은 PR에 대해 리뷰어의 시각에서 꼼꼼히 살펴본 뒤 제 나름에 제안과 의견을 정중히 전달해드리곤 있습니다.) 조금은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소심하면서도 까탈스러운 성격(=INFP)인지라 남 흉보기 같은 거에 대해 내키면 얼마든지 세밀하고 찰지게 할 자신도 있습니다. 저 역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면서 그것을 위해 고민하고 구현해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임을 연차가 쌓일수록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그때에 코드가 허술하게 보인다 할지라도(실제로 허술하다 할지라도) 그때의 상황을 감안해 보게 되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역사를 거슬러가며 누군가의 기여를 비판하는데 한없이 맛들이기 시작하면 그것도 중독이 되고 그것은 곧 자기 조신조차 갉아먹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기술 부채들 또한 지금의 순간을 잇게 해 온 치열한 흔적이기에 그것을 차근히 지금 그리고 내일에 맞게 교정하고 확장해 나아갑니다. 그 일이 바로 제가 할 일이고 우리가 할 일이었던 것입니다.

무엇이 아쉬웠나요?


함께 자라기 = 함께 잘하기

조직이 체계화되고 비대해져 갈수록 일하는 방식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검증된 공식을 찾고 그것을 적용해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에 성공해 본 경험과 자원을 이후에도 계속 이어가는 게 상식적일 것이고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과 성과에 따라 그에 합당한 미션을 부여해 주는 것이 합리적일 겁니다. 뭐든 측정이 가능해야 하겠고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는 가능한 줄여가야 하겠죠. 저는 당장에 현업에서 요구되는 비즈니스를, 코드를 통해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업을 가졌긴 해도 그 자원들을 이루는 테크 조직에서만큼은 이러한 기계적인 성공공식만을 따르기보단 더 나은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때론 과감하게 시도도 해 볼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해 가길 소망합니다.

애자일을 표방한다지만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동네 사우나에 가면 볼 수 있는 냉탕 천장 위에 쏴주는 폭포수 물줄기를 맞으며 일감을 클리어해 가는 어싸이너와 바로 옆에 비로소 화창한 채광을 쬐며 기민하고 우아하게 성장하는 어싸이너가 미묘한 경계선을 두고 우리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고 말한다면 각자 서있는 위치에 따라 맞게 들릴 수도 혹은 틀리게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경계선을 점진적으로 희석시켜야 하고 하나의 거대한 원형으로 통일시켜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을 이루는 주체는 사람이고 이들 모두가 회사의 폭발적 성장의 정도만큼(은 아니더래도 그와 비례할 만큼)에 의미 있는 기술적 성장을 대등하게 이루어 갈 수 있는 기반을 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러한 도전과제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조직에서 지속가능하게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장/단기적 로드맵을 그리는 과정도 함께 수반되어야 하겠죠.

작년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함께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김창준 지음)] - 65P

테크 조직을 이루는 모두에게 이곳에서 성장하는 기간동안 성공하는 '경험'도 실패하는 '경험'도 가능한 많이 쌓아가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말이죠. (물론 가급적 실패하지 않는 쪽으로 가면 좋겠지요.) 결국 이러한 테크트리가 우리의 테크조직을 더욱 건강하고 성숙해지게하는 토대가 되고 역사의 산 증인이 되는 조직 내 구성원들도 각자가 우리 회사에 길이길이 고맙고 감사해하지 않을까요. 지금보다 더 많은 구성원들이 우리가 자랑하고 자부할 수 있는 서비스에 다 같이 참여하여 우리의 기술적 경험에 대한 운신의 폭을 더 넓게 확장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것에 대해 우려하진 않습니다. 이러한 개인적 바람이 그저 바람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확신을 갖는 건 퇴사 직전까지 경험해 본 우리의 조직에는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귀한 시니어분들께서 각자의 자리에서 이미 제 목소리를 소신 있게 내어 주시고 올해 새로 합류한 테크조직의 디렉터분들 역시 지나 온 과거를 진단하고 목소리를 수렴하여 옳은 방향대로 가게끔 온전히 역할해주고 계시기 때문이죠.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조직 구성원들 모두 빠지지 않는 역량과 오너쉽을 가지고 그 여정을 계속해서 잘 이끌어 가주실 거라 확신하고 기대합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요?


re: start

다시 스타트업으로 향합니다. 스타트업to스타트업이라 명분이 궁색하긴 해도 기왕이면 좀 더 스타트업이라 불리울만한 초기 스타트업, 그래도 좀 더 기왕이면 이곳처럼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수요가치를 창출해내는 도메인을 가진 스타트업에서 삶의 여정을 계속 이어 나아가고자 합니다.

원코인으로 기어이 최종 보스까지 가는 씬도 묘미가 있지만 사실은 2회차 경우에 더 많은 것들을 곱씹어보며 즐겨볼 수 있습니다. 소싯적 닌텐도게임기로 해오던 슈퍼마리오에서도 점프를 하다가 절벽 밑으로 몇 번 떨어져 봐야 어느 가속도 지점에서 점프 버튼을 눌러야 넘을 수 있다는 감이 생기고 이전엔 무심코 지나쳐온 물음표 박스를 한번 두들겨 보면서 1UP 버섯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하... 머네...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제 일에 있어 지금보다 더 주도적으로 참여해 가고 싶습니다. 빠르고 간결한 서비스구현 역량을 기반하여 결과에 기여하고,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가치있게 소비되어가는 흐름을 더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싶습니다. 당장에 충만한 기대감만을 가지고 막연히 희망의 길이라 칭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론 희망의 길일 거라는 회로를 돌려돕니다. 그게 아닐지라도 이러한 도전과 용기도 이제 제 타임라인으로 볼 때 거의 막바지에 누려볼 법한 사치일 테니까요. 그렇게 좀 늦었지만 뚜벅뚜벅 스타트업 2회차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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